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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통일부가 다음 달부터 북한 핵실험장 인근에 거주했던 탈북민을 대상으로 방사능 노출 전수조사를 시작한다는 소식입니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출신 탈북민을 대상으로 피폭 전수조사를 한다는 건데요. 과거에 방사능 노출 전수조사 관련해 센터장님께서 면담을 진행하신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안경수 센터장] 과거에 정부, 북한 인권 관련 민간단체, 그리고 북한 정보를 수집하는 연구자 차원에서 공개적 또는 비공개적으로 관련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한 적이 있습니다.
조사 당시 여러 가지 한계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범위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 핵실험 장소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길주군 시내까지 거리가 꽤 됩니다. 풍계리 근처에 살았던 탈북민들을 조사한다고 했을 때 길주군에 살았던 사람들도 포함됩니다. 그리고 길주군이 아닌 주변 도시 혹은 어디까지 포함할지 범위 문제가 발생하죠.
두 번째는 북한이 핵실험을 2006년부터 진행했는데, 그러면 탈북민의 건강 상태가 어느 시점이 기준이 돼야 하는지 굉장히 모호합니다. (탈북민의) 과거 건강 상태 추적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북한 병원 기록이 있으면 기록, 영상, 피검사 자료 등을 대조해서 언제,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밝혀질 여지가 있지만, 이 사람들이 언제부터 건강 상태가 유지되고, 또 안 좋아졌는지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이 부분이 항상 문제가 됐어요.
세 번째로 임상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피폭 피해는 기형아 출산, 피부 문제, 치아 문제, 그리고 극심한 피로감, 시력 감퇴, 탈모, 가슴 답답함 증상 등이 있는데요. 이러한 증상들의 대조군이 있어야 합니다. 풍계리 길주군과 그 근처에 있는 탈북민만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고 하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데, 많은 탈북민이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어떻게 대조군으로 분류할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기자] 북한 주민의 방사능 노출을 의심해 볼 만한 과거 사례가 있을까요?
[안경수 센터장] 제가 수집하고 분석했던 증언 중 ‘산모가 기형아를 출산했다’, ‘피부가 벗겨진다’, ‘여성인데 정수리 부분 탈모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또, ‘기운이 없다’, ‘허약해진 것 같다’ 등 증언이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증언은 ‘한 여성이 임신 중에 (태아가) 사산됐다’는 소문을 들은 바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건강 피해라고 생각되는 사례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방사능 피폭 사례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해당 지역 주민들, 즉 탈북민들의 (증언들은) 대부분 소문이었습니다. 피곤함은 자신이 경험한 거지만 피부 벗겨짐, 기형아 출산, 사산, 희귀 질병 등은 다 소문으로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점이 나타났다고 들으면 심리 특성상 당연히 핵실험과 연관이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건강에 관한 소문이 돌면 주민들은 믿게 되는 효과가 납니다.
[기자] 그렇군요. 면담 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는 무엇인가요?
[안경수 센터장] 중요한 건 주민들 사이에 이러한 (우려 섞인) 인식이 있다는 겁니다. 풍계리 산골에서 강이 흘러 군지역까지 내려오는데요. 예를 들면 ‘물도 오염됐을 수 있으니 마시지 말라’는 소문도 있고, 이러한 소문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건강이 안 좋아질 수 있는 걸 알고 있다는 거죠.
[기자] 일반적인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피폭에 대한 우려 혹은 두려움이 들진 않잖아요. 풍계리 주변에 거주했던 주민들은 일상생활에서 피폭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크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